
禹의장, 유흥식 추기경과 대담…"평화에는 중립 없어"
23일(수)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만나 의견 나눠
우 의장 "남북 간 역대 합의 정신에서 평화의 길 다시 찾아야"
우 의장 "2027년 교황 방한과 방북, 한반도에 희망의 메시지 될 것"
유 추기경 "한반도 평화 위해 교황청도 역할 다 하겠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3일(수)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유흥식 추기경을 만나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우 의장과 유 추기경은 평화누리공원 망향의 노래비에서 만나 통일로 가는 평화의 소녀상과 통일 염원 우체통,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 임진강 독개다리 등을 함께 둘러봤다.
우 의장은 분단의 아픔과 이산가족의 상처를 이야기하면서 전쟁과 폭력으로 희생된 인권의 상징인 소녀상에 대한 일부 철거 요구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천주교계의 관심과 연대를 당부했다.
우 의장은 이어진 평화대담에서 "추기경께서는 오랜 기간 북측과 교류를 이어왔고 교황님의 방북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온 만큼, 오늘 이 자리가 더욱 뜻깊다"며 "지난 3월 우리 국민들이 불안하고 답답할 때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는 추기경의 말씀이 큰 위로가 됐고, 그 정신을 이어받아 '평화에는 중립이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정부가 출발하면서 전격적으로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북측이 즉각 호응하면서 접경 지역에 작은 평화가 찾아왔다"며 "이 평화를 더 크게 확장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절박한 과제"라고 힘줘 말했다.
우 의장은 1972년 남북공동성명부터 여러 차례 남북간 합의가 있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상황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다시 길을 찾아 나가는 것도 역대 합의의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저 역시 이산가족으로서, 북한에 있는 두 누님을 생각하면 이산가족 문제는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야 할 시급한 인도적 과제"라며 "생존자 대부분이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이고 전향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2027년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교황님의 방한과 더불어 방북이 이뤄진다면 한반도 평화 정착에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교황님을 직접 만나 한반도 평화와 긴장 완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싶다"고 제안했다.
유흥식 추기경은 "레오 14세 교황님이 선출됐을 때 한반도 평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깊은 울림이 있었다"며 "한반도 평화가 하루빨리 실현돼 아시아 평화, 더 나아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라고, 교황청도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장과 유흥식 추기경은 서로 책을 선물로 교환했으며, 우 의장은 진관사 태극기 문양이 새겨진 배지를 직접 달아주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재명 DMZ평화문화기후센터 대표, 이원정 정책수석비서관, 박태서 공보수석비서관 등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