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서
[논평] 서울서부지법 침탈자가 아닌 기록자 정윤석 감독을 법정에 세운 검찰을 규탄한다, 재판부의 무죄판결을 촉구한다
검찰은 7일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우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를 받는 49명에 대해 각각 징역 1년에서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그 중 정윤석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에 대해서도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단체 또는 다중의 위협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건물에 침입했을 때 적용되는 혐의다.
정윤석 감독은 초유의 법원 난동 사건을 기록하기 위해 사건 당일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있다가 기소가 되었다. 정 감독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부터 용산 참사, 세월호 참사,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태원 참사 등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12.3 계엄 사태에도 계엄 해제일인 12월 4일부터 3개월간 국회의 협조를 받아 1.2차 탄핵안 국회 본회의 투표를 촬영하고 여의도를 비롯해 광황문 등 광장집회를 촬영했었다.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법원이 침탈되는 현장을 기록하는 것은 정윤석 감독으로서는 가장 정의롭게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당시 JTBC 취재진도 현장을 촬영해 보도한 것으로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검찰은 정윤석 감독에 대한 직접 조사 한 번 없이 그를 기소했다. 이 소식을 들은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영화인 단체 8곳이 성명을 내고, 4천 명이 넘는 영화인이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침탈 현장에 대한 역사적 기록자를 침탈자로 기소하고 구형까지 내린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의 카메라가 위험한 물건인가? 불의를 기록하는 카메라가 정의를 수호해야 하는 검찰에게 위험한 물건이라면 이 시대 이 사회 검찰이라는 존재는 무엇이란 말인가?
다큐멘터리의 생명은 현장성이다. 사회적 이슈의 현장에 대한 영상 기록은 그 자체로 생생한 역사성을 가진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감독은 위험을 무릅쓰고 사건 현장에서 촬영과 취재를 한다. 포탄이 빗발치는 전쟁 현장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법의 공간을 침탈한 불법을 기록하기 위해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불법이 될 수는 없다. 이를 불법으로 처벌한다면 누가 그 역사를 기록하겠는가? 불법이 기록되고 증거 되지 않는다면 법은 법으로 존재할 수 없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재판부가 정윤석 감독에 대해 상식과 정의에 입각한 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 검찰이 법의 칼날을 잘못 휘둘렀지만 그에 재판부가 지극히 상식과 정의에 입각하여 무죄 선고를 했을 때, 법이 지켜야 할 시대의 양심과 기록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7월 9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이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