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범죄 대응 세미나…"위장수사 법제화해야"
26일(목) 백혜련·한지아 의원 '마약류 위장수사 도입 세미나' 주최
2023년 마약사범은 2만 7천611명으로 전년에 비해 50.1% 급증
비대면 점조직 형태로 은밀하게 운영돼 전통적 수사 방식으로는 한계
신분위장수사 위한 법적 근거 만들고 허용 요건·범위 구체화할 필요
수사관·정보원 보호장치 마련, 수사대상자 이의절차 보장 등 제언
한 의원 "마약대응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전환점 될 것"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는 마약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수사기관의 위장수사를 법제화하고 허용요건과 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6일(목) 오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백혜련(더불어민주당)·한지아(국민의힘) 의원 공동주최로 열린 '마약류 범죄 위장수사 도입 학술 세미나'에서다. 발제를 맡은 최준혁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의 대응 방식으로는 마약류 밀반입·유통·투약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 추적이 어려운 온라인 마약 거래가 보편화되면서 마약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마약류 사범은 2만 7천611명으로 전년(1만 8천395명)보다 50.1% 늘었다. 특히 마약사범 중 20·30세대가 절반 이상(54.5%)을 차지했고, 10대 마약사범은 1천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1천477명)를 기록했다.
비대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마약범죄의 특성상, 조직의 상선(총책)을 수사하려면 수사관이 조직 내부에 직접 잠입해야 한다. 문제는 현행법상 마약류 위장수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수사권 남용이나 불법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 일선 수사관이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 교수는 "피해자가 없는 마약범죄는 통제가 없으면 대부분 발견되지 않아 수사를 위해서는 신분위장수사관이나 비밀정보원 등 믿을만한 사람의 진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위장수사에 대한 규정을 법제화해 수사기관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제22대 국회에서는 마약류 범죄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신분위장수사를 허용하고 절차적 통제장치를 병행하는 내용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백혜련·한지아·박준태 의원 각각 대표발의)이 발의된 상태다.
최 교수는 신분위장수사를 제도화하기 위해 수사 방법과 활용 영역을 구체화할 것을 제안했다. 신분위장수사를 모든 마약범죄에 대해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약류 거래와 이와 관련된 범죄에 대한 수사방법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마약류 단순 사용 사범은 치료 위주로 할 수 있도록 처벌규정의 내용과 법정형을 정비하고, 공급사범은 현재의 엄벌주의를 유지하거나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위장수사 도입 시 쟁점 사항으로 ▲경찰의 신분비공개수사를 법률에 규정할 지 여부 ▲마약류를 중간에서 적발하지 않고 유통 과정을 감시하면서 최종단계에서 적발하는 '통제배달'을 위장수사제도에서 관리하는 문제 ▲검찰 청구가 반드시 필요한 강제수사인지에 대한 여부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부곤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마약류 범죄수사는 디지털 성범죄와 달리 다양한 종류의 수사기관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위장수사의 주체를 경찰뿐만 아니라 해양경찰, 검찰, 관세청 등으로 확대할 것을 제언했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 추가될 내용으로 ▲다양한 위장·잠입기법을 담을 것 ▲신분비공개수사 연장기간을 설정할 것 ▲범죄의 긴박성을 고려해 긴급 신분비공개수사 규정을 마련할 것 ▲위장수사관에 대한 보호장치와 정보원 면책 조항 등을 포함할 것 ▲가상신분 인증을 위한 근거규정을 둘 것 등을 언급했다.
권양섭 국립군산대학교 법행정경찰학부 교수는 "최근에는 암호화 메신저, 가상자산 결제 등 디지털화된 거래방식이 일반화되면서 수사 초기부터 범죄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위장수사는 단순한 보조적 수단이 아니라 마약범죄의 구조적 특성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핵심적인 수사기법"이라고 말했다.
신상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은 비밀수사를 통해 수사대상자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절차적 방어수단을 마련할 것을 제언했다. 신 연구원은 "수사대상자가 추후에 수사가 위법하게 이뤄졌다고 알게 되면 적법하게 이의제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비밀수사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수사대상자에게 통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승진 인천경찰청 마약수사계 경위는 "수사관들은 신분비공개 상태에서 접근해 드라퍼(전달책) 검거를 통해 계정을 확보한 뒤, 위장 상태로 상선에게 접근하는 연속된 구조로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며 "신분위장수사에서 별도의 사전 승인을 규정하는 것은 작전의 실행 자체를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커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백혜련 의원은 "마약류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지아 의원은 "마약류 위장수사 도입은 대한민국의 마약 대응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제도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