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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우원식 국회의장 이해찬 前 국무총리 영결식 추도사

 

이해찬 前 국무총리 영결식 우원식 국회의장 추도사

 

시대의 버팀목, 나의 영원한 동지,
이해찬 선배님!

 

어찌 이리 급히 가십니까!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아직 하실 일이 많은데
이렇게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시니
황망한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습니다.

 

먼 타국에서 쓰러지셨다는 소식에 가슴 졸이면서도
기적처럼 떨치고 일어나시길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평생에 걸쳐 숱한 어려운 일에서도
기적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셨던 분이기에
이번에도 그러시기를 바랐습니다.
그 힘 있는 눈빛과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아직 생생한데
다시 마주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집니다.

 

이해찬이라는 이름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엄혹했던 유신체제와 군사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에 헌신했고
정치에 입문해서는 민주정당, 민주정부, 그리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셨습니다.

 

함께했던 많은 시간이 떠오릅니다.
1982년 춘천교도소에서 함께 수감 생활을 하던 때,
몸은 가두어도 민주주의는 가둘 수 없다는 당신의 말을
앞장서 보여주셨습니다.
경찰에서건, 재판장에서건, 교도소에서건,
그 어떤 독재권력 앞에서도 시퍼렇게 호령하시던
남다른 기개와 협상 능력으로
수감자 처우개선에 앞장선 선배님과 함께
우리는 어려웠던 시기를 그렇게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정치에 뛰어든 것도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에서였습니다.
‘김대중을 지키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며
1988년 평민당에 입당하셨지요.
그때 저도 선배님을 따라 평민당으로 함께
입당한 ‘재야 입당 동지’였습니다.
재야 민주화운동을 하던 선후배로부터 배신자 소리까지 들어가며
민족민주운동세력의 정치세력화, 그것을 통해 민주적 국민정당, 그리고 민주적 정권교체를 자랑스러운 우리의 목표로 세웠습니다.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만, 결국 네 번의 민주정부 수립 과정의 그 맨 앞자리에서 우리의 선언인 민주적 국민정당 건설과 민주정부 수립을 실현해나간 시대의 선도자였습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의 일이지만, 광주 청문회에서
전두환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며
거침없이 신군부의 만행을 파헤친 초선의원 이해찬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2004년 참여정부 초대 국무총리로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선두에서 이끄셨고,
세종시가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상징도시로
굳건하게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습니다.
법안을 처음 발의하며 열정적으로 추진하셨던
국회세종의사당의 청사진이, 그것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세계 첫 번째 국회의사당의 모습으로 몇 달 후면 나오게 될 텐데,
보지 못하고 가신 것이 너무도 아쉽습니다.

 

2019년 당 대표 시절에는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같이
절실하지만 갈등 요소가 많아 손대기 어려운 민생과제를
사회적 대타협으로 풀어가자며 ‘민생연석회의’를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직접 의장을 맡으셨습니다.
민생을 정치와 정당의 중심에 놓는 일이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도 함께 듣고
정당 차원에서 민생개혁 입법이 체계적으로 추진되도록
독려하고 역량을 모으던 노력이
민주주의 너머의 민주주의를 개척하는
자산이 되었습니다.

 

선배님은 그렇게 한 평생을
그 시대, 그 자리에서
가장 절실한 과제와 정면으로 마주하며
자신을 던졌습니다. 그렇게 역사를
한 걸음 한 걸음 전진시키고야 말았습니다.
그래서 선배님은 늘 불의 앞에 준엄했고, 시대의 변화에 치열했고,
국민 앞에서는 따뜻했습니다.
언제나 공적인 일에는 몸 살피지 않고 앞장서며
선공후사를 실천하셨던 일생에서
우리는 공직자의 소명의식, 책임감이 무엇인지 깊이 깨닫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당신을 ‘선거의 달인’, ‘전략가’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또 알고 있습니다.
‘미스터 퍼블릭 마인드(Public Mind)’!
전략가 이해찬은 늘 말씀하던 대로
역사에서 배운 가치를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한
성실하고 철저한 노력의 다른 이름입니다.

 

민주화운동 시절에서부터 38년간의 정당활동까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우리는 때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때로 서로의 어깨를 보듬으며
‘민생’과 ‘민주주의’의 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해찬의 정치는 관념이 아니라 현장이었고,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었습니다.
그 길을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평화통일의 기반을 닦기 위해
소명을 다하다가 떠나신 것이
마지막까지 참으로 이해찬다운 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비통합니다.

 

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 정치,
국민의 삶으로 입증되는 민주주의,
국가균형발전과 민생개혁, 한반도 평화, 그리고 민주정부의 성공.
남기신 과제들은 저희가 함께 이어가겠습니다.

 

무거웠던 짐 내려놓고 이제 편히 쉬십시오.
깊은 추모의 마음을 올리며
유족들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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