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화신문) 세계 최대 규모의 협동조합이자 사회적경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스페인의 ‘몬드라곤협동조합그룹’. 그 단초는 주민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1944년 설립한 ‘기술학교’였다. 1956년 졸업생 5명과 노동자 23명이 힘을 모아 석유난로 공장 ‘울고(ULGOR)’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서로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현재는 스페인 GDP의 10%를 창출하며, 몬드라곤 지역 노동인구의 66%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다.
서울시가 몬드라곤 사례와 같이 사회적경제 학교인 ‘주민 기술학교‘를 지역 곳곳에 채워 지역의 경제주체로서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는 사회적경제 인력을 양성한다. 내년 2개소를 시작으로 서울 전역에 단계적으로 확대 설치한다. 기술과 역량을 쌓은 주민들이 지역에 기반을 둔 협동조합을 만들고 지역에서 일어나는 도시재생이나 집수리 사업 등을 수주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기업과 프랜차이즈에 무너진 골목경제를 되살리는 ‘지역 선순환 경제 생태계’를 만든다는 계획.
‘주민 기술학교’는 참여자들이 집수리 등 지역수요에 기반 한 사회적 경제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은 물론 기업가정신(이론) 교육을 병행한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지역과 혁신성장 거점 내 앵커시설과 유휴공간을 활용해 조성할 계획이다.
‘지역 선순환 경제 생태계’와 관련한 또 하나의 정책으로 공동육아, 공동밥상 같이 공동주택(아파트) 수요에 기반을 둔 소비협동조합 활성화에도 나선다. 돌봄이나 집수리 같은 지역사회 이슈를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해결하는 동시에 수익과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시는 4개 자치구(성북.동대문.은평.광진) 내 참여 가능한 10개 아파트를 대상으로 공동주택이 처한 사회문제를 진단.조사 중에 있다.
사회문제 해결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서울 소셜벤처 허브센터'도 내년 상반기 강남구 역삼동 내에 새롭게 문을 연다. 이윤추구만이 아니라 일자리, 주거 같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모델을 창출하는 기업인 ‘소셜벤처’들을 위한 공간이다.
센터에서는 소셜벤처의 업무공간부터 취?창업 지원 프로그램(멘토링, 경영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사회가치 창출과 취약계층 고용 우수기업에게는 사회투자기금과 연계해 인센티브도 지원한다. 공공구매 조달 박람회, 임팩트투자 유치 같은 특화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은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3차 총회’(10.1.~3.)에 의장 자격으로 참가, 이니고 우신 몬드라곤협동조합그룹 회장 등 사회적 경제 분야 전문가들과 만나 이와 같은 내용의 사회적경제 정책계획을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8월 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발표한 지역균형발전 정책구상을 통해서 대기업.프랜차이즈에 무너진 골목경제를 살리기 위해 주민이 주체가 돼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익이 다시 지역으로 유입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GSEF 3차 총회(10.1.~3.)는 뉴욕, 마드리드, 빌바오 등 전세계 80여 개국 1,500여 명의 도시정부 대표와 사회적경제 분야 전문가가 참석한 가운데 ‘사회적경제와 도시’를 주제로 열린다.
서울시는 이번 GSEF 3차 총회에서 공유되는 사회적경제 우수사례와 몬드라곤, 퀘벡, 런던 등 도시들의 정책시도 등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사회적경제 주체 및 전문가 간담회 등을 거쳐 민선7기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2비전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신뢰와 협동을 바탕으로 더불어 일하는 사회적경제의 기본가치는 시민의 삶을 바꾸는 10년 혁명을 위한 중요한 정책 방향”이라며 “사회적경제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도시의 다양한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해 서울이 당면한 도시문제의 해법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원순 시장은 GSEF 3차 총회 둘째 날인 2일(화) GSEF 의장으로서 회원 총회를 주재했다. 국내.외 사회적경제 전문가들과도 연이어 만남을 갖고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에도 나섰다.
11시30분<현지시간>에는 2016년 2차 총회 개최지였던 캐나다 몬트리올시 관계자 및 사회적경제단체 대표단, 12시에는 띠에리 장떼(Thierry Jeantet) 사회연대경제국제포럼(IFSSE) 회장과 각각 면담을 갖고 연대.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사회연대경제국제포럼(IFSSE)은 2015년 프랑스에서 출범한 사회적경제 국제리딩그룹으로 프랑스, 콜롬비아 등 8개 국가와 국제기구, 사회적경제 네트워크가 참여하고 있다. 13시<현지시간>에는 국내 사회적경제 기업가 및 활동가 40여 명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
오전 10시에는 빌바오시청에서 후안 마리아 아부르토 시장과 만나 양 도시 간 우호협력도시 협정을 체결했다.
서울시와 빌바오시는 ‘도시행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리콴유 세계도시상(Lee Kuan Yew World City Prize)’ 역대 수상도시라는 공통점이 있다. 빌바오시는 쇠퇴한 공업도시를 문화.지식기반 경제의 창조도시로 전환, 2010년 수상했다. 서울시는 시민참여를 핵심동력으로 성공적으로 추진한 도심재생사업이 높은 평가를 받아 2018년 수상했다.
빌바오는 스페인 바스크(Basque) 자치주의 경제 중심도시였으나 1980년대 이후 조선, 철강산업의 쇠퇴로 지역경제에 어려움을 겪었다. 빌바오시는 1985년부터 시민과 함께 도시계획사업을 구상해 도심 근처 남아있던 낡은 옛 항구를 시 외곽으로 옮기고 구겐하임 미술관을 비롯해 여러 공공.문화 시설물을 설치해 도시경쟁력을 높였다. 공항 터미널, 트램, 고속운송 도로 등 도시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양 도시는 협약에 따라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등 12개 분야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12개 분야는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 경제 투자 포용적 성장 일자리 창출 기술개발 사회혁신 전자정부 대중교통 환경 도시 재생 스마트 시티 문화 관광 및 MICE 산업이다.
박원순 시장은 “성공적인 도시재생으로 서울보다 먼저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한 빌바오와의 우호협력도시 협정 체결로 양 도시 간 교류의 물꼬를 트게 돼 기쁘다”며 “도시재생과 사회적경제 등 분야에서 실질적인 교류협력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