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조직개편 학술대회…"민주적 통제 강화해야"
14일(수) 국회입법조사처 등 '정부조직법과 행정조직법 공동학술대회' 주최
현행 대통령제는 과도한 권한에 비해 책임은 국무총리 등 국무위원들에게 분산된 구조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 위해 '설명책임제도' 도입하는 방안 제시
국가 AI 정책 역량 강화하고 부처 간 조정 체계 수립하기 위한 AI 부총리 도입 거론
독립된 인구정책 부처 신설하고, 부총리급 격상 및 종합적 정책조정 기능 부여
기후경제부(기후에너지산업부) 설립, 기후예산 편성·심의 권한 실질화 등 제언
이관후 입법조사처장 "하이브리드 유형의 정부 시스템으로 실질적 성과 거둬야"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설명책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차기 정부에서는 인공지능(AI) 육성,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인구감소 대응 등 사회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정부조직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14일(수) 오후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국회입법조사처, 한국행정법학회, 한국법제연구원 공동주최로 열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정부조직법과 행정조직법 공동학술회의'에서다. 이번 학술대회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합 위기를 진단하고, 이에 부합하는 정부조직개편 방향과 법제적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유진식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는 <정부조직의 개편과 행정조직법의 기본원칙>이란 제목의 기조발제에서 "현행 대통령제에서 행정에 대한 책임은 국무총리와 그 밖의 국무위원들이 지게 되고, 대통령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 있게 된다"며 "대통령의 과잉권력을 창출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유 명예교수는 대통령이 행정각부를 직접 조정해 결과가 잘못됐을 때에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직접 책임을 지는 '설명책임제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이 국회에 출석해 국정상황을 보고하거나 의견을 진술하고 질문에 응답하는 제도나, 국회가 대통령에게 출석을 요구해 답변을 요구하는 제도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국정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도록 하는 제도는 반드시 확립돼야 한다"며 "행정조직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관점에서 그 역할의 주역은 국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제에서는 국가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조직개편 방안이 논의됐다. 현행 AI 정책은 ▲기술개발(과학기술정보통신부) ▲데이터(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창업(중소벤처기업부)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산업통상자원부) ▲이용자 보호(방송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분산돼 있다. 정부 간 조정 체계(컨트롤타워)가 없어 여러 부처를 관통하는 종합적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부총리가 정책 조정을 당연히 보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세부 운영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AI 부총리를 도입하거나 대통령실의 정책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제22대 국회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과학기술정보통신인공지능부'로 개편하고, 해당 부처의 장관이 부총리를 겸임하도록 하는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최민희 의원안)이 발의된 상태다.
인구정책 전담 부처를 신설하는 문제도 거론됐다. 최환용 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담 부처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종합적인 정책 조정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며 "인구정책 전담 기관의 장은 정책조정 기능이 중심이 되도록 하고, 경제와 사회정책 조정기능을 보좌하는 각각의 차관을 두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구정책에 관련되는 예산조정권한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 ▲인구관계 장관회의와 같이 인구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축할 것 ▲인구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지원할 수 있는 연구기관을 설립할 것 등을 제언했다.
기후위기 관련 정책과 정부조직개편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언급됐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기후정책과 에너지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기후경제부(기후에너지산업부)' 신설을 개편 방향으로 제안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최우선으로 기후와 에너지, 산업 정책 전반을 포괄하고, 산업공정의 탈탄소화를 빠르게 추진하자는 것이다. 현재 기후위기 대응은 환경부가 총괄하고 있지만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6%를 차지하는 에너지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해 효율적인 정책 연계가 어려운 구조다.
이 소장은 ▲기후재정과 관련해 기획재정부를 넘어서는 기후예산 편성과 심의 권한을 실질화할 것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내실화를 통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것 ▲시민참여와 기후의제 주류화를 위해 탄소중립위원회 또는 국회와 연계한 '기후시민의회'를 구성할 것 등을 개편 과제로 꼽았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이관후 입법조사처장은 "국가가 실효적으로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담당하는 조직부터 기존의 직무영역과 칸막이와 같은 관행을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이 오랫동안 계속돼 왔지만 효과는 여전히 미흡하다"며 "지속가능한 사회와 미래세대를 위한 문제들에 대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유형의 정부 시스템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