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청, 수백억 원 순찰차 납품지연 및 특정업체 유착의혹에도 자료제출 거부
- 국가계약법상 ‘지체상금’, ‘계약해제’ 외면하고 법적 대응 회피
- ‘동일 실소유’ 업체와 수년간 반복 수의계약...공정거래법, 형법 위반 소지
❍ 경찰청이 수백억 원 규모의 순찰차 납품이 지연되는 사태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하면서 계약 책임 회피,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제공, 직무 유기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5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 원의 예산을 집행했으나, 이 중 343대(225억 원 상당)가 납기일을 수개월 넘긴 현재까지도 납품되지 않았으며, 기본적인 완성검사조차 반복적으로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더해 특허 침해 문제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 특히 납품업체의 반복된 납품 지연에도 불구하고 경찰청은 아무런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전체 계약금액을 선금으로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순찰차 도입 과정의 난맥상과 함께 명백한 국가계약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현행 국가계약법 제75조는 납기 지연 시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제 및 해지’ 등 명확한 제재 수단을 발주기관에 부여하고 있으나, 경찰청은 이러한 법적 권한을 전혀 행사하지 않고 사실상 이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 계약상 납기 미이행은 명백한 ‘귀책 사유’에 해당하며, 이에 따라 발주기관은 일정 비율의 지체상금을 부과하고, 납품 불이행이 지속될 경우 계약 해지까지 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재량이 아닌 공공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의무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청 장비운영과는 신정훈 의원실의 질의에 대해 “납품 후 조치 예정”이라는 답변만 반복하며, 관련 자료 제출도 거부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특정 업체의 납품 기한을 무제한 연장해주는 것으로, 형법 제122조에 명시된 ‘직무유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청이 계약상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 더욱이 이번 납품에 참여한 A사(스타리아, 넥쏘)와 B사(그랜저, 아이오닉)가 실질적으로 동일한 소유 구조를 가진 기업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업체는 최근 10여 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으며,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방해’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
❍ 또한 이번 계약에서 경찰청은 통상적인 공공계약의 관행과 달리 총 225억 원에 이르는 계약 대금을 전액 선급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계약상대방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국가계약법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 이와 유사한 사례는 지난해에도 있었다. 당시 경찰청은 현대자동차와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순찰차 616대를 선제 제작하게 했고, 이를 A사에 일괄 위탁하면서 유착 의혹이 불거졌다. 국회의 문제 제기로 해당 조치는 철회됐으나, 경찰청 내부에서는 이에 대한 책임 추궁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 전문가들은 “경찰청이 계약상 책임을 방기한 점은 물론, 특정 업체와의 유착 의혹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동일 소유 기업과의 반복 거래가 공공계약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경찰청이 이러한 구조를 인지하고 있었음은 분명하며, 이 점이 유착 의혹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 신정훈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편, 경찰청은 이러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올해 동일 방식의 신규 순찰차 발주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계약이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신규 계약이 추진되는 것은 회계법상 ‘중복 예산 집행’의 소지가 있으며, 결과적으로 특정 업체에 대한 추가 특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신정훈 의원은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경찰 순찰차 도입 사업에서 경찰청 장비운영과는 수차례 불합격된 차량에 대해 적격 처리를 했음에도, 시험성적서 등 핵심 자료의 제출을 ‘검사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며 “이는 잘못을 은폐하려는 행태이며, 국회의 예산 감시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순찰차 도입 예산은 본 사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결코 승인할 수 없으며, 지난해 말 대표 발의한 치안산업진흥법 역시 철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