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 기자회견문
윤석열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재생에너지 전환 막는
호남·제주 재생에너지 신규허가 중단 전면 철회하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전국이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8월의 열대야는 최장 연속·최다 일수 기록을 세우고 처서를 지나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단 우리나라의 일만이 아닙니다. 세계 평균기온은 15개월째 월별 최고기록을 경신 중입니다.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인 지구온도 1.5도 상승까지 5년은 남았다고 생각해 왔지만, 사실 이미 그 선을 넘어 버렸다는 분석이 유력해지고 있습니다.
찜통처럼 더워진 지구는 일시적인 기상이변이 아닙니다. 인류가 지난 250년간 벌여 온 경제활동과 산업화가 불러온, 지구환경의 항구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동시에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한시라도 빠르게 보급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중차대한 시점에 윤석열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올 9월부터 호남과 제주 지역의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전면 불허하겠다는 것입니다. 전력계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명분 아래 지난 5월 30일 산업부가 발표한 ‘계통포화 해소대책’의 내용은, 앞으로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을 전면 불허하겠다는 재생에너지 말살 정책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신안, 군산, 동해안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신규 발전사업 허가가 막혀 있습니다. 바로 다음 주인 9월부터는 전라남·북도, 광주광역시와 제주특별자치도 전체로 확대됩니다. 앞으로 7년 4개월간 호남과 제주에서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할 생각 말라는 소리입니다. 정부의 일방적이고 급작스러운 통보에 세계 최대인 3GW 규모로 준비 중이던 추자도에서 해상풍력 발전소부터, 광주 시민들이 십시일반 참여하여 마을 학교 옥상에 올리려던 시민햇빛발전소까지 모두 중단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호남과 제주가 어떤 곳입니까? 대한민국 태양광 발전량의 42%를 도맡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의 중추 지역입니다. 일조량·풍량 등 재생에너지 발전여건이 우수하기에,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수립할 때마다 호남과 제주에 큰 몫을 할당해 왔습니다. 이 지역에 앞으로 7년 반동안 재생에너지 개발을 금지한다면 이것이 지역만의 문제로 그칠 리 없습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에너지전환과 미래 산업경쟁력을 포기하는 결과로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고작 9%에 불과한 OECD 꼴찌 국가입니다. 매년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회의에서 기후악당국가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번 조치로 재생에너지 보급은 더 늦어질 것이 자명합니다. 지금도 재생에너지가 태부족이라 기업들이 국내에선 RE100 기준 못 맞춘다며 너도나도 해외로 공장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높여도 부족한데, 송전선로가 없어 재생에너지 보급을 막겠다니 어디 가당키나 한 이야기입니까?
정부는 이것이 불가피한 최소한의 조치라지만 전혀 납득할 수 없습니다. 5월말 정부는 계통관리 변전소를 ‘출력제어 3% 이상 지역’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 발표했지만, 6월 이후 실제로는 호남 전역이 계통관리 대상인 것이 드러났습니다. 아직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출력제어가 발생한 적 없는 지역까지도 ‘장래 출력제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 일괄 허가금지 지역으로 지정된 것입니다. 광주광역시와 같이 아직 변전소 용량이 한참 남은 지역에서도 재생에너지 보급을 일찌감치 차단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최소한의 조치라 믿겠습니까?
또 정부는 계통 여유가 있는 지역으로 재생에너지를 유도하겠다면서, 실제로는 어떠한 경제적인 인센티브나 유인책도 아직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호남과 제주에서 막힌 물량만큼 다른 지역에서 보급하기 위한 대안을 적시에 설득력 있게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올해 스스로 약속한 연 6GW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도 공수표로 만들어 버리게 될 것입니다.
재생에너지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전력계통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결국 피할 수 없는 미래입니다. 현재의 재래식·중앙집중형 전력체계를 유지한 채로, 물리적인 송전망 용량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만일 정부가 송전망 지어질 때까지만 재생에너지 보급을 막고 시간을 벌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훗날 우리 앞에 돌아올 충격은 극복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울 것입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은 2030년을 넘어 2050년, 그 이후까지도 계속해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해답은 전력시스템의 대전환입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분산에너지 특별법에 따라, 현재 중앙집중형 전력망 체계에서 발생하는 송전망 부담을 ‘지산지소(地産地消)’, 수요지 인근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스마트한 분산형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또 앞으로 증가할 전력수요를 가급적이면 재생에너지 생산지 인근으로 유도함으로써 송전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계통유연성 자원을 확대함으로써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수용할 수 있는 계통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ESS(전력저장장치)는 전력계통에 공급이 넘치는 시기에 전력을 저장하고 부족한 시기에 방출함으로써 더 많은 재생에너지가 연결되더라도 계통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ESS와 같은 유연성 자원의 체계적인 보급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재생에너지 보급을 중단하지 않고도 재생에너지의 계통 수용성을 높일 여지가 얼마든지 남아 있습니다.
다가올 전력망 문제를 풀어낼 해법은 결국 이러한 재생에너지 중심의 스마트한 전력망으로의 전환, 일명 ‘에너지 고속도로’구축이라는 담대한 구상과 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인류는 기후위기라는 역사상 전례 없는 시험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문제 또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전례 없는 도전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에 맡겨진 책임과 역할은 재생에너지 허가중단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중심 전력계통망으로 전환하기 위한 담대한 결단과 과감한 투자, 그리고 전력시장 제도개선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오늘 기자회견에 연명과 참석으로 함께한 모든 의원들은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대한민국이 지구가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길의 선두에 나아가기를 바라며 윤석열 정부에 다음과 같이 엄중하게 촉구합니다.
▷ 정부는 재생에너지 신규허가 중단 조치를 철회하라!
▷ 정부는 재생에너지 보급 중단 없는 전력계통 포화대책을 마련하라!
▷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전력망으로 전력계통 패러다임 전환하라!
앞으로도 국민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4. 8. 26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
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