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변회장 (이재원)은 조선일보 기사를 스크랩 송부 한것을 기재 [박정훈 칼럼] 4000억 도둑질 완성해 준 최후 조력자 ‘그분’
억지 항소 포기로
대장동 도둑질의
마지막 퍼즐을
채워주는 걸 보며
‘그분’은 확실히
존재한다는 확신을
굳히게 된다
복잡하게 얽힌 대장동 사건의 본질을 한마디로 정리한 것이 주범 중 하나인 남욱 변호사였다. “4000억짜리 도둑질.” 성남시에 대한 대장동 업자들의 로비가 한창이던 2014년, 남욱은 공범과 나눈 대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4000억짜리, 4000억짜리 도둑질하는데 완벽하게 하자. 문제 되면 게이트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도배할 거다.”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큰돈 번 게 아니라 처음부터 ‘4000억원’을 목표로 범죄 프레임을 짰다는 뜻이었다.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대장동 사건엔 여러 주역이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원조 격이 남욱이었다. 그는 36세이던 2009년 법인을 차려 대장동 개발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하자마자 매달렸으니 그에게 대장동은 인생 프로젝트였던 셈이다. 사업이 탄력 붙은 것은 ‘법조 마당발’ 김만배씨를 끌어들이면서부터였다. 남욱은 또 다른 원조 멤버인 정영학 회계사와 함께 김만배를 전면에 내세워 로비 공작에 나섰다. 남욱은 김만배 영입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팀이 결성되고 최연장자인 김만배가 보스 역할을 맡았다. 로비가 먹히면서 성남시의 대장동 개발 계획은 이들이 원하는 구조로 짜여졌다. 건설사를 배제하고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빼는 등 일당을 위한 ‘맞춤형’ 공모 기준이 만들어졌다. 2015년, 공모 마감 후 단 하루 만에 이들의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검찰은 일당이 ‘성남시 수뇌부’에 로비해 사업권을 따낸 혐의를 찾아내 기소했고, 1심 재판부도 유죄로 판단했다. 정상적 행정 절차가 아니라 부패 범죄라는 것이었다.
대장동 일당의 기획은 적중했다. 그것도 목표액 4000억원의 두 배를 초과 달성하는 대성공이었다. 검찰은 이들이 챙긴 부당 이득을 7886억원으로 산정했다. 1심 재판부는 여러 이유를 달아 이 중 428억원만 추징하라고 판결했다. 기다렸다는 듯 검찰이 2심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그 이상의 추징금 환수는 불가능해졌다. 나머지 7000여억 원은 일당의 수중에 남게 된 것이다. 몇 년만 감옥에서 고생하면 이들은 남은 인생을 재벌처럼 살 수 있게 된다. 도둑들이 멋지게 한탕 해 먹고 끝나는 ‘하이스트(Heist) 장르’ 영화와도 같았다.
‘4000억짜리 도둑질’엔 많은 조연이 등장한다. 이른바 ‘50억 클럽’엔 전직 검찰총장·특검이며 현직 의원 같은 거물들이 대거 망라됐다. 대장동 일당의 방패막이가 되어 주고 50억원씩 보상받는 구조였다고 한다. 여기에 포함된 K대법관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선거법 재판을 앞둔 시점에 김만배가 대법원을 들락거리며 행선지로 적었던 인물이었다. K대법관은 이 대통령의 무죄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퇴임 후 대장동 일당의 회사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주연급에 버금가는 핵심 조연이 ‘성남시 수뇌부’였다. 1심 재판부는 수뇌부가 유동규씨를 중간 관리자 삼아 업자들에게 유리한 사업 구조를 결정한 것으로 보았다. 대장동 일당과 수뇌부 사이에 ‘장기간에 걸친 유착 관계’가 형성됐고, 그에 따라 범죄가 이루어졌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수뇌부를 특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를 지칭하는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퍼즐을 채워준 것이 검찰이었다. 윤석열 검찰이 촘촘하게 혐의를 찾아내 기소한 터라 일당이 빠져나갈 구멍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이재명 검찰이 누구도 예상 못한 ‘항소 포기’ 카드를 던져 대반전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7000억원 대박’이라는 만화 같은 범죄극을 완성시켜 준 것이다.
물론 공짜일 리 없다. 법리까지 어기며 강행한 항소 포기가 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이젠 대장동 일당이 화답할 차례란 뜻일 것이다. 바보가 아닌 바에야 행간을 못 읽을 리 없다.
이미 일당들은 ‘배[船]’를 갈아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남욱은 그동안 대장동 사업권에 “성남시장실 지분이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2022년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남욱이 폭로하도록) 검찰이 연기 지도한 것”이라고 하자 남욱은 “이 작품은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라고 맞받았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검찰이 배를 가르겠다고 (협박)했다”며 ‘강요된 진술’임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사건 초기 검찰에 자진 출석해 1300여 쪽 녹취록을 제출하며 협조한 정영학도 작년 12월 비상계엄 이후 일부 진술을 뒤집었다.
권력의 풍향을 꿰뚫고 있는 일당들에게 항소 포기는 향후 행동 지침을 알리는 신호탄과도 같다. 이것을 검찰·법무부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믿을 사람은 없다. 주범 김만배는 과거 공범과의 대화에서 배후에 있다는 ‘그분’을 언급했었다. 안면 몰수하고 강행한 항소 포기로 ‘4000억 도둑질’을 완성시켜 주는 걸 보면서, ‘그분’은 확실히 존재한다는 확신을 굳히게 된다.
박정훈 논설실장 jh-park@chosun.com
*(본기사는 본지와 관련없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