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밤 9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밤 9시가 가까워져 주위는 조용했다 아래쪽 갈비집에도 손님이 없는 모양이었다대통령이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동안 대구에서만 있었다면서예나가지도 못하고 힘들었겠다아니에요 괜찮습니다이연미가 머리까지 저었다저는 각하께 누가 될까 봐 걱정이 되었습니다내가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너를 오라고 했다대통령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너도 알고 있겠지만 누군가가 일을 만들어서 말이다나는 국민들께 떳떳하게 해명하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말리더구나 그들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그냥 덮어두자는 거야 아무 일도 아닌 것을 확대시킬 필요도 없다는 게지시선을 내리깐 채 이연미는 숨소리도 죽이고 있어서 표정을 알 수가 없다그래서 말인데대통령이 정색을 했다어디 외국으로 나갈 생각은 없느냐 니가 가고 싶은 곳에 보내줄 테니내 임기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이연미가 머리를 들었다 두 눈가가 붉어져 있다LA에 이모가 살아요 그곳에 가 있겠어요그러려므나 아마 한국보다는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을 테니이렇게 숨어 살 수는 없는 일 아이가걱정 끼쳐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마침내 이연미가 손 끝으로 눈물을 훔쳤다그리고 이렇게 직접 말씀해 주시고바쁘실 텐데 사람 시켜서 말씀해 주셨어도 따랐을 텐데요야 이놈아 내가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이 아이다입맛을 다신 대통령이 말을 이었다그리고 네 얼굴을 한 번 보고 싶기도 했다머리를 든 이연미와 시선이 마주치자 대통령이 빙그레 웃었다당대표는 물론이고 비서실장까지도 내가 너하고 깊은 관계인 줄 아는 모양이야얼굴을 붉힌 이연미가 다시 머리를 숙이자 대통령이 다시 웃었다아무려면 어떠냐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놔두자꾸나내가 준비를 시킬 테니 너도 준비하거라대통령이 손을 뻗어 이연미의 볼을 가볍게 쓸었다잘 가 그래이 그리고 좋은 남자 만나서 잘살아야 된다샤를 드골 공항을 이륙한 에어 프랑스 249편은 기착지인 마드리드를 향해 남서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날씨는 쾌청했고 기체 상태도 양호했으므로 보나르 루소 기장은 옆에 앉은 부기장 라파엘을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