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 때는 與 국회 상임위 독식...발상 자체가 반민주주의
더불어민주당이 5월 시작되는 22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협상을 앞두고 국회 상임위원회 17곳의 위원장을 전부 갖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2년 전 상반기 원 구성 협상에 따라 현재는 민주당 몫 10곳, 국민의힘 몫 7곳이다. 상임위원장은 상임위별 법안 상정과 회의 진행 권한을 쥔 자리다. 특정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 일방적 국회 운영이 가능해져 견제와 균형을 근간으로 하는 의회민주주의가 중대한 위협을 받는다. 이에 여야 협상을 통해 의석 비율에 따라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것이 1987년 민주화 이후 관행이었다.
민주당 명분은 국민의힘이 위원장인 상임위의 태업으로 입법 실적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집권여당의 책임과 국민에 대한 도리를 다하기 위해”(정청래 대표), “(의석수에 따른 위원장 배분이) 국민께 고통을 주고 국정 발목잡기용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한병도 원내대표) 싹쓸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정무위, 재정경제기획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고 있는데, 정부·여당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대한 항의 등을 이유로 상임위 운영에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다. 자본시장법, 상속세법 등 담당인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올 들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정무위가) 야당 위원장이라 아무것도 못한다”고 성토했다. 이러한 무책임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반성해야 한다.
그렇다고 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이 정당화될 순 없다. 국회 난맥상은 끈질긴 대화와 타협 노력으로 풀어가야지,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건 입법 속도와 효율을 위해 민주주의와 의회주의를 희생시키겠다는 발상이다. 국회가 지금처럼 엉망이 된 데는 야당을 무시하고 검찰·사법개혁안 등을 의석수로 밀어붙인 민주당 책임도 크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싹쓸이를 실제로 밀어붙일지, 국민의힘 압박 카드로 쓰고 끝낼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싹쓸이를 공공연하게 거론하는 것만으로 권력이 통제력·자제력을 잃었다는 위험 신호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 "집권했다고 마음대로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어느 쪽이 진심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