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토론회…"표준임금제 법제화해야"
29일(금) 전종덕 의원 등 '요양보호사 표준임금 법제화 국회토론회' 주최
요양보호사 임금은 장기요양보험 수가 안에서 개별 기관마다 자율 책정
실태조사 결과 요양보호사는 정해진 수가보다 월 30만~40만원 적게 받아
요양보호사의 적정 임금이 보장될 수 있도록 표준임금제를 법제화할 필요
최저임금의 130% 수준 보장, 인건비 지출비율에 법적 구속력 강화 등 제언
장기근속장려금 개선, 방문형 요양보호사에 대한 경력관리·보상체계 도입도
저임금에 시달리는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적정 임금이 보장될 수 있도록 표준임금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29일(금)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전종덕·이수진·서영석·김윤·이주희·손솔 의원 주최로 열린 '요양보호사 표준임금 법제화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다. 발제자로 나선 조현실 서비스연맹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안정된 임금 체계는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담보하고, 돌봄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요양보호사의 임금은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가를 기반으로 한다. 보건복지부 장기요양위원회가 매년 수가를 결정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각 장기요양기관에 지급하는 구조다. 문제는 정부가 수가(기관운영비와 인건비)를 정해 내려보내도 기관이 자율적으로 임금을 정해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부터 장기요양급여비 중 일정 비율을 인건비로 지출하도록 의무화했지만 강제력이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2021년 요양보호사 임금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급제 요양보호사의 96.7%, 시급제 요양보호사의 79.5%가 수가상 인건비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제 요양보호사는 수가상 인건비보다 34만 1천490원이 덜 지급됐고, 방문요양보호사는 시간당 1천268원이 미지급됐다.
조 연구위원은 "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소속 기관의 고용주라는 점에서 임금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수가상 인건비를 표준임금으로 제도화하고, 인건비의 적정 수준은 최저임금의 130% 수준으로 보장할 것을 제시했다.
그는 "표준임금은 최소한의 생활이 보장되는 적정 임금이 돼야 한다"며 "야간·중증·격오지 등 어려운 직무에 합리적 가산을 부여하거나 요양보호사의 숙련 정도, 근무 기간 등을 반영한 임금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적 실태조사와 인건비 지출비율을 현실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조 연구위원은 수가상 인건비와 실지급 인건비 차이를 정부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권고 수준에 그친 인건비 지출 비율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함으로써 미준수 기관을 처벌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난주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장기요양제도에서 이원화된 요양보호사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면서 "장기근속장려금 효과는 시설형 요양보호사에게만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전체 요양보호사의 약 85%인 재가요양보호사에게도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필 건강돌봄시민행동 운영위원장은 "적정 인건비 보장에 대한 종사자와 공급자 간 처우개선의 상호 입장이 달라 노사가 다툼으로 발전해 장기요양서비스 환경의 불안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소규모 민간 장기요양기관이 86%에 이르러 편법적 운영이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표준임금 도입으로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향 일하는시민연구소 연구위원은 수가 산정 방식과 관련해 "방문형 요양보호사의 경우 최소근로시간, 적정근로시간 보장, 이동시간·교육시간·행정업무시간 인정 등을 통해 고용 안정을 실현해야 한다"며 "장기근속장려금도 방문형 요양보호사의 경력과 숙련에 대한 보상 기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29일(금)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전종덕·이수진·서영석·김윤·이주희·손솔 의원 주최로 열린 '요양보호사 표준임금 법제화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강세영 기자)
전종덕 의원이 29일(금)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요양보호사 표준임금 법제화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강세영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는 요양보호사들이 발언대로 나와 구체적인 현장의 어려움을 증언했다.
오영숙 요양보호사(경남 한사랑노인요양원)는 "1년을 일하나 17년을 일하나 똑같은 최저시급이고, 지역과 직종별로 임금체계는 들쭉날쭉"이라며 "고된 노동에 낮은 임금과 차별받는 임금체계로 긍지를 갖고 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진주 요양보호사(노조 강원지부 부승요양원분회장)는 "초단기계약, 비정규직 남발을 막아 요양보호사의 처우를 개선해달라"며 "종사자들이 인권을 보장받으며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르신들에게 존엄케어를 할 수 있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전주연 요양보호사(노조 광주지부장)는 "휴업수당, 대기수당, 이동시간 등이 인정되지 않는 공짜노동이 발생하고 4대 보험, 주휴, 연차 등이 종사자마다 매월·매년 변동돼 노무 업무가 폭증하고 있다"며 "중단없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전종덕 의원은 "돌봄 노동은 어르신의 건강을 지키고, 우리 사회의 존엄을 지켜 내는 필수노동"이라며 "요양보호사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우리 사회가 더 따뜻한 돌봄 복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입법 노력을 책임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