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이 말했다 강사장은 대한무역에 원단을 납품하는 원단 도매상이었다 조정혜도 그와 거래를 하고 있는 것이다그런데 나보다 낫구만뭐가 나아뜨거운 엽차를 마시면서 조정혜가 장난처럼 물었다그의 가라앉은 얼굴을 보자 아무 곳이나 만져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들과 함께 일했던 날들은 이미 흘러 가버렸고 서로가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제는 가슴에 와닿았다살아가는 것이네가 한세웅이에게 배신당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어 회사에서야조정혜가 조그맣게 그를 불렀다눈을 치켜 뜬 김영섭은 장난스레 웃고 있는 조정혜의 얼굴을 보았다무슨 신파야 배신이라니그녀의 말투는 가벼웠다언제 누가 믿기나 했대제기랄 아직도 자존심은 있어가지구김영섭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그 새끼 나도 얄미워서 내버려 두었어 너 지금 대아실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어조정혜는 머리를 저었다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었다오다가 다 빠져나온단 말이야 우리가 계열사로 차린 건양상사라는 곳으로 천만 불이 넘어 지금 쥐고 있는 것도강치용이 한세웅의 전철을 밟아가는 거지 회사에서는 뭐라고 하는 줄 아니 배신이 배신을 낳고 있다고들 해흥이제 대아실업은 수수료만 받는 껍데기가 되어가고 있단 말이야 젠장 어때 시원하지 않니김영섭은 술이 깬 것같이 보였다당연한 업보야 한세웅이한테그녀는 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자꾸 한세웅씨 이야기하지 마조정혜의 말에 김영섭이 엽차잔을 내려놓았다내 앞에서 그 사람 욕한다고 해서 내가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너도 억지소리를 할 필요가 없단 얘기야응김영섭이 눈을 껌벅였다난 그 사람을 사랑했어그 사람의 알 수 없는 욕심도 나에게는 좋게 보였어 신비롭기까지 했구그것은 내 잘못이야 한세웅씨가 날 이용한 것이 아냐 내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야이건 도무지그 사람의 손이 닿는 건 모두 황금이 되는 것만 보았지 앞에 놓인 것은 밟혀서 부서진다는 것을 우리는 몰랐어우리는그래 우리조정혜가 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그렇지만 나와 너는 이제 비켜났어 그렇지 않아엽차잔을 들며 그녀가 다시 말했다어쩐지 처음부터 마음이 놓이지 않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