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장으로 나와 있는 조한수였다사장님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허리
지사장으로 나와 있는 조한수였다사장님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허리를 굽혀 절을 하고 난 조한수가 손수레의 손잡이를 잡았다이봐 나는 이제 사장 아니야 연락도 못 받았어 시장하시지요 우선 식당에 가셔서 식사를 하시고 호텔로 들어가시지요김치찌개를 시켜 놓고 왔습니다앞장서 가면서 그가 소리치듯 말했다대합실을 나서자 곧장 후끈한 열기가 온몸에 덮여 왔다 건너편 주차장에 세워진차량들이 우선 눈에 띄었는데 차체들이 모두 태양열에 녹아 가고 있는 것처럼보였다 섭씨 사십도 가까운 열기였고 습기가 없어서 금방 땀이 마르고 어지러웠다손수레를 맡긴 조한수가 차를 가질러 주차장으로 서둘러 가고 있었다 장일수가연락을 한 모양이었는데 회사가 어떻게 되어 간다는 것을 그가 모를 리가 없다서울에서 입고 온 여름양복도 걸치고 있기에는 더웠으므로 김영남은 저고리를벗었다 이제 세영의 제다 지사는 한성그룹의 통제를 받도록 되어 있었다 한성의제다 지사장인 조병학이 조한수의 상관이 되는 셈이다사장님 집으로 모시고 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트렁크에 짐을 싣고 난 조한수가 운전석에 앉으면서 말했다직원들한테서 말이 나갈 염려가 있어요그래야지 이렇게 나와 준 것만 해도 고마워 이제는 나한테 신경을 안 써 줘도돼길가의 모래언덕을 바라보면서 김영남이 말했다 먼지에 오염된 연한 밤색의모래더미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창문을 열자 맵고 더운 바람이 쏟아져 들어왔다앞으로는 나 혼자 돌아다닐 거야 괜히 나와 같이 있는 걸 저쪽이 알게 되면자네가 난처해져난처할 것 없습니다 지랄한다면 사표 내지요 그리고 귀국할랍니다바보 같은 놈이맛살을 찌푸린 김영남이 그를 쏘아보았다쓸데없는 객기 부리지 마라 장 이사가 사장이야 똘똘 뭉쳐서 장사장과 함께회사를 일으켜야지핸들을 움켜쥔 조한수가 잠자코 앞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쪽의 아지크와 타밀아즈물라와 추진하고 있는 일을 모른다내가 필요하면 전화를 할테니까 조 차장은 맡은 일이나 해 그것이 날 도와주는것이야염려마십시오 제가 아인 줄 아십니까 한성놈들한테는 철저하게 연막을 칠테니까요 오신 것도 비밀로 하겠습니다고마워그런 말씀 듣기에 거북합니다 사장님께서 다시 일어나신다면 저는 그때가차없이당분간은 쉬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