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봉이 창가에 놓인 프라스틱 의자에 앉았을
조철봉이 창가에 놓인 프라스틱 의자에 앉았을 때 갑중이 잠자코 다가와 섰다 갑중은 정색한 표정이었다 낮게 헛기침을 한 조철봉이 갑중을 올려다보았다저 기집애가 울면서 부탁을 하는데 잘못했으니까 살려달라고 말이야갑중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그놈을 증오했으면서도 미련을 갖고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구나 저도 모르게 그놈과 함께 도망쳤다고 말이야그리고다시 헛기침을 한 조철봉의 시선이 옆쪽으로 옮아갔다물론 거짓말이겠지만 지금도 나에 대한 감정은 변하지 않았다고 하더구나날 사랑한단다 기가막혀서조철봉이 쓴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갑중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깨를 늘어뜨린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아 글쎄 내 손으로 저를 죽여달라고 하면서 우는데 짜증이 나더구먼에이 더러운 년그래야 속이 편하겠다면서형님처음으로 입을 연 갑중이 조철봉을 내려다보았다 미간이 조금 좁혀져 있었다어떻게 해드릴까요뭘 말이냐저 년을 말입니다 풀어줄까요이번에는 조철봉이 입을 다물었고 갑중의 말이 이어졌다저한테는 거짓말하지 마시고 얼른 대답만 하십시오그러자 조철봉의 눈에서 닭의 물똥같은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러고는 악다문 잇새로 짧고 굵은 울음소리도 났다조철봉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최갑중이다 사기꾼으로 성공하려면 제 자신까지 속이라는 말도 있지만 심중을 읽어주는 갑중 같은 심복이 있다는것은 조철봉의 복이다 갑중 앞에서는 부끄러움도 잊고 자존심을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머리를 든 조철봉이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갑중을 보았다그년을 아니 그여자를 놓아줘라딸꾹질을 하며 말했을 때 갑중이 여전히 찌푸린 얼굴로 조철봉을 노려보았다강재만이 8만위안까지 받아낼 작정이라고 했는데 놓아준다면 그 돈까지 물어줘야 할텐데요물어줘한마디만 물읍시다 형님그러고는 정색한 갑중이 심호흡을 했다저는 형님처럼 복잡한 사람이 아니어서 이해가 잘 안됩니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뭘왜 또다시 돈까지 게워내서 저년 아니 저걸 놓아 주느냐구요글쎄이번에는 조철봉이 심호흡을 하더니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다인연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어인연요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