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을 살그머니 옆으로 밀었다저녁에 고리
유리창을 살그머니 옆으로 밀었다저녁에 고리를 풀어 놓았고 몇 번 열고 닫아보았으므로 유리창은 소리없이 열렸다두 손을 창틀에 얹은 얘합은 몸을 솟구쳐 창틀에 몸을 얹고는 가볍게 응접실 안으로 떨어져 내렸다응접실은 어두웠다얘합은 권총을 꺼내어 손에 쥐었다 가슴이 두근거렸고 온몸의 신경이 긴장되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수십 번 이런 일을 해왔지만 그때마다 이런 기분을 맛보는 것이다 갈증이 났고 어서 해치우고 싶다는 욕망이 부글거렸다 잠시 기다리던 그는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소파를 돌아 방문의 손잡이를 잡고 조금씩 열었다 베란다로 향한 거실이 눈에 들어왔다 거실의 건너편이 침실이었으나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두 걸음에 거실을 건넌 얘합은 방문고리를 잡고 천천히 옆으로 돌렸다 문이 조금씩 열리면서 침대가 보였다 침대 시트가 어지럽게 뭉쳐진 위로 탁자 위의 붉은 조명등에 비친 한세웅의 몸이 드러났다 팬티 차림으로 그는 반듯이 누워 있었다 아마 그의 반대쪽에 여자가 있을 것이다 권총을 그에게로 겨누면서 얘합은 방문을 활짝 열었다한 걸음 그쪽으로 다가갔으나 한세웅은 움직이지 않았다 잠이 든 모양이었다 얘합은 그의 가슴을 겨누었다갑자기 오른쪽이 환해졌다화장실문이 열리고 화장실 안의 빛이 온통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놀란 얘합이 몸과 총구를 그쪽으로 돌리는 것과 수건으로 앞을 가린 알몸의 실비아가 소리를 지른 것은 거의 동시였다아앗얘합의 머리 끝이 쭈뼛 일어섰다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는 실비아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서둘러 총구를 한세웅 쪽으로 돌리는 순간 얼굴에 번쩍이는 충격이 왔고 잠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머리 뒷부분에 무거운 것이 떨어져 내리자 온 머리가 불꽃에 싸인 듯한 느낌이 왔다가 이내 사라졌다한세웅은 한 손에 놋쇠 재떨이를 들고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실비아는 화장실의 빛에 싸여 검은 조각처럼 서 있었다그녀의 온몸의 선이 빛에 싸여 있었으나 빛을 등진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실비아한세웅은 재떨이를 떨어뜨리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여보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허물어지듯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실비아한세웅은 주저앉아 그녀를 부둥켜 안았다 가슴 한복판에서 피가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실비아허덕이며 실비아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한세웅은 그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