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났다 곱게 분단장을 한 데다붉은색 치마 저고리를 받쳐 입은 여자였다 눈
드러났다 곱게 분단장을 한 데다붉은색 치마 저고리를 받쳐 입은 여자였다 눈꼬리를 세운 여자가손끝으로 사내를 가리켰다 누구 덕에 이제까지 굶어죽지 않고 살았다고 화적이라고 해병신놈아 쟁정한 목소리가 주막 안을 다시 울렸다 사내 구실도 제대로 못하면서 양식은 두 사람 분이나 퍼 먹고에이그 병신 여자의 시선이 윤의충의 아래위를 훌었다 은자가 있으면 금방 잡은 개다리를 떼어주지 그리고 옥수수 술도 나눠줄 수 있어 윤의충이 사내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용두사의 화적들이란 무어요 그러나 시선을 내린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자가 문지방을 넘어 다가왔다 삼십대 중반쯤으로 제법 미색을 갖춘 여자였지만 두 눈에 열이 있었다 저 병신한테 물을 것 없어 이 주막의 주인은 나야 그럼 주인에게 물어봅시다 윤의충이 앞쪽에 오은 여자를 향해 물었다 화적들이 온다니 무슨 말이오 벼락 맞아 죽을 놈이 은인더러 화적이라니 여자가 사내를 향해 눈이 찢어질 듯이 흘겼다 분들은 산중군자ㄴU요 손님은 걱정하실 것이 없으니 고기를 먹고 싶거들랑 은자나 내시오 손바닥을 내민 여자가 눈웃음을 쳤다130 대 영웅 은자 한 년만 내면 개고기 한 근을 드리리다 비싸군 기값이 금값이오 우리 같은 것들은 고기맛을 본 지도 일년 이 넘습니다 윤의충이 허리에 찬 전대에서 은자 두 닢을 꺼내어 식탁 위로 던줬다 술 한 병과 말 여물값도 포함이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은자를 움켜쥔 여자가 날듯이 일어섰으므로 향 법새가 코를 절 렸다 그때 고기를 썰지 않구 여자가 사내를 향해 소리쳤다 어서 뒤쪽으로 나와 이 병신아 힐끗 윤의충을 바라본 사내가 허청거리는 걸음으로 그를 스치 고 지나 안쪽 문을 열고 사라졌다 말발굽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 였다 대여섯 필의 말이 속력을 내며 마을 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주막 밖에서 멈춰 선 것은 잠시 후였다 떠들썩한 말 소 리와 웃음 소리와 함께 주막의 차양이 젖혀지면서 대여섯 명의 장한이 들어섰다 그들은 혼자 앉아 있는 윤의충을 보더니 제각기 곱지 않은 시선을 주면서 옆쪽 식탁에 둘러 앉았다 웬 젊은 놈이여 하고 누군가가 벌컥 말한 순간 안쪽 문이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