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세요 그게 내 피로회복 방법입니다문대섭은 잠자코 머리를 끄덕여 보이며 그의 뒤를 따라 정자에 올랐다 대통령 관저 뒤쪽에 있는 여름용 정자는 사방이 트여 있었으므로 추위를 피할 만한 곳은 못 되었다 그저 걷다 보니 둘의 발길이 이쪽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그들은 딱딱한 나무벤치에 앉아 앞쪽의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오전까지 눈발이 날렸으므로 운동장은 흰 눈으로 덮여 있었고 사람의 발자국 한점 찍혀 있지 않았다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던 장광규가 입을 열었다저렇게 깨끗한 땅에 한세웅이가 발자국을 찍겠군요 제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든지 눕기도 하고 그러겠지요문대표 선거가 15일 남았는데 여론조사로는 10포인트나 밀리고 있지요문대섭은 부시럭거리며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라이터를 켜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내어 뿜자 뒷바람을 타고 연기가 주욱 뻗어나갔다이인행이 피살당한 후 나서서 일을 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걸 잘 압니다 한무현 씨도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한무현은 새로 부임한 KCIA의 부장이다 그는 하버드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출신으로 대통령의 자문위원으로 있다가 KCIA의 부장으로 전격 기용되었다 한무현은 KCIA의 요원들을 엄격히 통제하였는데 수집된 국내의 정보가 정치권에 넘겨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문대섭이 대통령의 의중을 비치면서 직접 이야기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정치권에 개입하였다는 이유로 세 명의 차장 중 두 명을 해임했고 일곱 명의 과장도 해임하거나 대기 발령시켰던 것이다장광규가 말을 이었다나도 일시적으로는 그 사람이 서운합디다 내가 임명한 사람인데 내 의중을 무시하고 문대표에게 그러나 하고 하지만 이젠 욕심을 버렸습니다문대섭이 힐끗 그를 바라보면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사람은 끝없는 욕망을 가지고 산다고 믿어요 그것을 꿈이라고 해도 좋고 이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나쁘게 표현하면 욕심이지만그는 빈 운동장을 향하여 빙그레 웃었다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하는 정치가가 되라고 어른들한테서 가르침을 받았었는데 그거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본인의 당대에서는 선과 악의 기준이 모호한 터라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각하 우리는 정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가지고 크게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문대섭이 그를 바라보자 장광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