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오영식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난 오늘이 815해방보다 더 기쁩니다 정말 우리는눈물이 글썽해진 눈으로 더듬대다가 김태수는 주르르 눈물을 쏟았다 815 해방이 되었을 때에는 그가 아직 태어나기 전이었다모두가 너희들이 도와준 덕분이다 정말 고맙다그리고는 한세웅이 전기용을 돌아보았다 그는 이제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전선생님 오늘의 제 영광은 모두 전선생님의 영광입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한세웅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허리를 굽혔다부족한 저를 10년 가깝게 이끌어 주셨습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엉거주춤 따라 일어선 전기용이 눈을 꿈벅이며 한세웅을 바라보다가 옆쪽에 서 있는 오영식과 김태수를 돌아보았다두 분 회장님들 보셨소 대통령이 나한테 절을 하신 것을이제는 오영식과 김태수가 멀거니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찌그러진 눈엔 눈물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그는 두 손으로 한세웅의 한 손을 움켜쥐었다 그의 볼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한세웅은 그의 어깨를 안아 자리에 앉혔다앞으로 더 도와주셔야지요 통일이 될 때까지 말입니다이젠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필요없습니다그는 어린아이처럼 머리를 저었다나는 통일이라든가 나라의 운영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총재님이 잘 아시겠지요그가 관심이 있는 것은 한세웅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뿐이었다 꽃을 가꾸는 원예사처럼 그는 뿌리를 점검하고 흙을 다졌으며 비료를 주면서 꽃필 날을 기다려 왔었다 인내와 끈기가 없으면 하지 못할 일이었다 이제 자기 손으로 대통령을 만들어 보겠다는 꿈을 이룬 것이다 전기용은 흐린 눈을 들어 한세웅을 바라보았다앞으로 바쁘실텐데 지금 작별을 하는 게 좋겠군요 저는 충청도 홍성으로 내려가서 다시 담배가게를 할 겁니다전선생님 그러지 마시고옆에서 김태수가 불쑥 상체를 세웠다가 한세웅의 얼굴을 보고는 입맛을 다시며 말을 멈췄다 그는 한세웅이 전기용에게 담배인삼공사를 맡으라는 말을 할 것을 기대하는 눈치였다전선생님 뜻대로 하십시오 담배가게로 보아둔 데는 있으십니까한세웅이 묻자 김태수가 턱을 내밀고 전기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가 만족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이는 것을 보았다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