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황을 망라한 운명 체계를 만들었다 그것이역경이다 역은 처음에 점을 치
모든 상황을 망라한 운명 체계를 만들었다 그것이역경이다 역은 처음에 점을 치기 위해 만들어졌다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신의 뜻을 묻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서양인들이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는가 뒷면이 나오는가를 보고 어떤 결정을 내리듯이 원래는 음이냐 양이냐를 가리는 단순한 체계였다 그러던 것이 점괘를 구성하는 효가 점점 늘어나더니 3효를 거쳐 6효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괘 하나를 구성하는 효가 여성 개이므로 당연히 점괘의 수는 64개가 된다 그 64개는 인생에서 펼쳐지는 여순네 가지의 변화를 나타낸다결국 인생은 쌍륙놀이에 비유할 수 있다 말들이 쌍륙판을 한 칸씩 돌아다니듯 우리는 이런 상황 저런 상황을 두루 겪으며 산다 변화를 겪는 차례가 각자 다를 뿐 우리의 모든 운명은 하나인 셈이다역지사지 열한 번째 계명오늘 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 파리 시가지가 거대한 삽으로 퍼올려진 다음 투명한 단지에 담겨졌다 단지 속에서 모든 것이 너무 흔들려서 에펠 탑 끝이 우리 집 화장실 벽과 부딪혔다 자동차들은 길에서 부딪히고 가로등은 바닥에서 치솟아 있었다 가구들이 나뒹굴었다 나는 아파트에서 빠져 나왔다밖은 모든 게 뒤죽박죽이었다 개선문은 산산조각이 났고 노트르담 성당도 거꾸로 되어 종루가 땅에 깊숙이 처박혀 있었다 지하철 차량들이 갈라진 땅에서 튀어나와 으깨어진 사람들을 뱉어 냈다 나는 폐허 속으로 달려가 거대한 유리벽 앞에 도착했다 그 뒤에 눈이 하나 있었다 하늘 전체만큼이나 큰 외눈이 나를 주시했다 잠시 후 나의 반응을 보고 싶어하는 듯 그 눈은 커다란 숟가락 같은 것으로 벽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귀청을 찢는 듯한 종소리가 울렸다 아파트의 아직 깨지지 않은 유리들이 모두 박살났다 눈은 여전히 나를 바라보았는데 크기가 태양의 백 배는 되었다나는 그 꿈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 꿈을 꾸고 난 뒤로 나는 더 이상 숲으로 개미집을 파러 가지 않는다 지금 키우고 있는 개미들이 모두 죽고 나면 다시는 개미집을 집안에 들여놓지 않을 것이다 그 꿈은 열한 번째 계명이라고 할 만한 것을 나에게 일깨웠다 나는 그 계명을 주위 사람들에게 강요하기에 앞서 내가 먼저 실천하려고 한다 그 계명이란 lt남이 너에게 행하기를 원치 않는 일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gt27는 것이다 여기에서 lt남gt이란 말은 다른 lt모든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