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중수청, 결국 정권 전위부대 될 것
이미 정권 앞에 납작 엎드린 경찰
정권이 더 장악할 수 있게 설계
중수청도 행안부장관 통해 장악
정권 비리 수사, 사실상 불가능
경찰이 사건을 축소·은폐한 ‘장윤기 사건’과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한 ‘제주 실종 사건’은 검찰의 수사 통제가 사라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여실히 보여줬다. 한 달 뒤 검찰 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되면 상상하지 못한 일들도 일어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뒤늦게 경찰 개혁 기구 신설을 지시했지만 사실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 경찰 수사의 정치 중립 문제다.
현 정권과 민주당은 그동안 검찰이 정치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며 검찰청을 없애고 수사권까지 박탈했지만, 정작 수사권을 독점하게 된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정치 중립 보장 방안에 대해선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별다른 논의조차 없었다. 설마 경찰과 중수청이 알아서 정치 중립을 지킬 거라고 이 정권이 믿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의도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고 본다. 실상이 그것을 방증하고 있다.
민주당은 개정 형사소송법에서 치안감 이상 경찰 고위 간부에게도 직접 수사가 가능한 ‘사법경찰관’ 지위를 부여했다. 기존엔 경무관까지만 수사권이 있었는데 그 윗선인 치안감부터 경찰청장까지 확대한 것이다. 지금은 적어도 법적으로는 개별 사건 수사 지휘를 할 수 없게 돼 있는 경찰청장에게 수사 지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이 경찰청장 인사권을 무기로 활용해 사실상 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미 경찰은 정권 앞에 납작 엎드리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지난 6월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각하 처분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북 송금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그 공범 격으로 이 대통령이 기소돼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이 대통령 지시로 대북 송금이 이뤄졌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부지사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통령 몰래 대북 송금을 독단적으로 했다는 게 말이 되나.
경찰청이 지난해 경찰의 첫 번째 성과로 ‘12·3 불법계엄 등 과오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을 꼽은 자료를 만들어 얼마 전 시도경찰청 등에 하달한 것도 마찬가지다. 수사기관이 수사 실적이 아니라 ‘계엄 반성’을 최대 성과로 꼽은 것은 정권에 대놓고 아부한 것이다. 그런데 이젠 대통령이 경찰청장을 통해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길까지 열렸다. 이 상황에서 경찰이 앞으로 정권 비리를 수사할 수 있겠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검사는 징계를 통해 파면하지 못하게 돼 있다. 검찰 수사 독립을 위해 신분 보장 장치를 둔 것이다. 사직 후에도 변호사 개업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그런데도 일부 검사가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신분 보장 장치가 없는 경찰은 옷 벗는 순간 생계의 위기에 직면한다. 그러니 경찰청장과 경찰 고위직은 인사권자인 대통령 눈치를 보고, 하위직은 경찰청장에게 목을 매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누가 정권 비리를 수사하겠다고 나서겠나. 그렇게 하라고 하는 게 어쩌면 가혹한 요구일지도 모른다.
중수청은 어떤가. 중수청법은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중수청 지휘·감독권을 부여했다. 더구나 중수청 수사관도 징계만으로 파면할 수 있어 신분 보장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행안부 장관을 통해 얼마든지 중수청 수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 정권은 검찰이 수사 중립을 지키지 못해 개혁한다면서 경찰·중수청을 장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선 경찰·중수청이 과거 검찰보다 더한 정권 전위부대가 될 수밖에 없다. 그 실체가 머지않아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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