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성과급’ 이게 맞나
파국은 면했다. 국가 경제는 물론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까지 위기로 몬 삼성전자의 총파업은 노사 막판 합의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다만 사업 성과의 일부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이 신설되며 단순 계산 시 메모리 부문 임직원은 올해 6억 원을 받게 됐다. 사태가 봉합되며 불확실성이 제거된 건 다행이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에선 우려가 적잖다.
사실 파업은 약자의 무기다. 가진 것 없는 노동자들이 부당한 처우에 맞서 마지막으로 기대는 절박한 수단이다. 그런데 월급 한 번 밀린 적 없는 우리나라 최고 직장 삼성전자의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달라며 파업 으름장을 놨다. 적어도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더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미 많이 가진 이들이 더 갖겠다고 파업으로 협박한 셈이다. 약자의 전유물이었던 파업이 강자의 탐욕을 채우는 무기로 변질된 순간이다.
소년공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도 이를 납득할 순 없었다. 이 대통령은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나 부당한 요구를 해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비판했다. 선을 한참 넘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노조는 거의 다 얻었다.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먼저 '6억 원 성과급'은 그 자체로 거대한 사회적 균열을 만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가 심한 상황에서 골은 깊어지고 양극화는 커질 것이다. 갑 중의 갑이자 원청인 삼성전자를 위해 그동안 말없이 협력해온 수많은 하청업체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감추기 힘들다. 이들의 10년 치 연봉과 맞먹는 6억 원은 아무리 알뜰히 살아도 평생 만지기 힘든 거금이다.
공정성 논란도 불붙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삼성전자 노조원이 만들어낸 게 아니라 외부 환경에서 주어진 측면이 크다. 무슨 성과를 올렸길래 성과급이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반도체 부문이 적자일 때 희생을 감수한 휴대폰과 가전 부문의 형평성 문제도 잇따른다. ‘이게 과연 공정한가’란 사회적 의문과 논란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다른 주요 대기업 노조는 물론 하청노조조차 원청기업의 영업이익을 나눠 가져야 한다며 파업을 예고한 대목도 걱정이다. '영업이익 N% 성과급'이 산업계의 새 목소리로 자리 잡고 파업 도미노로 이어지면 경제는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미래를 담보로 잡은 거래란 점에서 내일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익의 상당 부분을 당장 성과급으로 써 버리면 그만큼 미래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 여력은 줄어든다. 이처럼 우리가 내홍으로 주춤하는 사이 한국 추월을 노리는 중국은 턱밑까지 따라붙고 있다.
미중 패권 충돌 속에 미래 국가 경제와 안보의 핵심 자산이 된 반도체에 큰 물이 들어오고 있다. 배를 띄우는 게 급한데 선원들이 월급에 억대 성과급까지 줘야 노를 젓겠다고 승선을 거부한 게 이번 사태다. 기본적으로 삼성전자는 주식회사다.
영업이익이 나면 세금부터 내고, 미래를 위한 재투자를 한 뒤 배당으로 주주 환원부터 늘리는 게 순서다. 이 대통령이 "투자자도 세금을 떼고 난 당기순이익에서 배당을 받는다"고 강조한 건 이런 맥락이다. 주주조차 세후 순이익에서 배당을 받는데, 노조가 세전 영업이익을 고정 비율로 먼저 가져가는 게 용인되면 자본주의의 근간까지 흔들리게 된다. 억대 성과급 파업 사태가 봉합된 상처 아래에서 더 깊은 갈등으로 곪아가지 않도록 상식과 원칙의 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물은 들어오는데 노를 던져버리고 배가 산으로 가는 상황이 벌어져선 곤란하다.
*위의 내용은 본지의 방향과 무관함






